한화그룹은 약 50년 동안 다이너마이트를 만들어 오던 '인천 화약공장'의 시설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그곳에 화약박물관 겸 한화기념관이 세웠습니다. 그런데 화약박물관으로 변신한 인천의 화약공장 안에는 여는 박물관에서는 볼 수 없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기도를 위한 예배실입니다. 산을 뚫고 바위를 부수는 화약을 만드는 공장이기에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독실한 성공회 신도였던 창업주 김종희 회장은 임직원의 안전을 기원하면서 공장 안에 ‘성 디도’ 채플이라는 기도실을 세워 매주 금요일마다 예배를 드렸습니다. 화약공장 안에 기도실이 있었듯이 위험하고 두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도 반드시 기도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바울은 “모든 기도와 간구를 하되 항상 성령 안에서 기도하고 이를 위하여 깨어 구하기를 항상 힘쓰며 여러 성도를 위하여 구하라”(엡 2:18)고 합니다. 성령 안에서 깨어 기도하는 기도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도입니까?

첫째로 간절한 기도입니다.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는 하나님의 전을 찾을 때마다 자식 없는 설움을 놓고 울면서 기도하였습니다. 한나의 기도는 통곡의 기도요, 눈물의 기도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억제하여 입술만 움직이는 흐느낌의 기도였습니다. 여기서 통곡과 눈물과 흐느낌은 기도하는 자의 간절함을 나타내는 몸짓입니다. 시편 102편 17절은 “여호와께서 빈궁한 자의 기도를 돌아보시며 저희 기도를 멸시치 아니하셨도다”라고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빈궁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하나님을 향한 간절한 심령을 말합니다. 내 능력으로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할 수 없기에, 오직 하나님의 도움을 간구하고 의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나의 기도 역시 빈궁한 자의 기도였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빈궁한 마음, 가난한 심령으로 기도할 때, 하나님은 그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성령 안에서 드리는 기도는 인내의 기도입니다. 내가 정한 기한 내에 응답을 달라고 하면서, 하나님을 보채는 기도는 참된 기도가 아닙니다. 응답의 시기는 하나님의 계획과 하나님의 뜻에 달려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기도의 응답은 종말적 성격을 가집니다. 그저 우리는 쉬지 않고 기도할 뿐입니다. 응답을 주시는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기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내의 기도인 것입니다. 내 때가 아니라,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기에 우리는 참고 인내하면서 기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셋째, 성령 안에서 드리는 기도는 하나님의 뜻에 맡기는 기도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감람산으로 올라가서 간절하게 기도하셨는데, 십자가 죽음의 잔을 거두어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육신을 입은 인간 예수의 기도였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내 뜻을 뒤로하고 하나님의 뜻에 맡기겠다고 하였습니다. 보십시오. 만약 육신을 입은 인간 예수의 뜻대로 십자가 죽음의 쓴 잔을 피하게 되었다면, 죄사함 받고 구원을 얻는 구원의 역사는 사라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기도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십자가 죽음으로 응답됨으로써 죄사함과 구원의 역사가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뜻과 하나님의 뜻은 정반대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뜻은 죽음을 피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뜻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기도는 때때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기도의 응답을 하나님의 뜻으로 믿고 순종해야 합니다. 때가 지나고 시간이 지나면 하나님의 뜻이 옳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어떻습니까? 나는 살아야 하는데 하나님은 죽으라고 합니다. 그러면 하나님의 뜻대로 나는 죽어야 합니다. 살려고 하면 오히려 죽을 것이요, 순종하여 죽으면 부활로 다시 살아나는 역사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당장에 실패가 오고 고통이 온다고 해서 낙담할 것이 아닙니다. 왜 하나님은 나와 반대로 가느냐고 하소연 할 수 없습니다. 긴 시간이 흘러서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 보는 그때에 비로소 하나님의 방법과 응답이 옳았음을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성령 안에서 깨어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간절한 기도, 참고 기다리는 인내의 기도 그리고 하나님의 뜻에 맡기는 기도를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기도로 응답받고, 기도로 세상을 이기는 우리 모두의 삶이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