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형식에 빠진 금식을 지적하였습니다. 너희가 금식하는 날에 오락을 구하고 논쟁하고 다투고 심지어는 주먹으로 치고 있으니 어찌 그것이 내가 기뻐하는 금식이 되겠냐고 책망합니다. 머리를 갈대처럼 숙이고 굵은 베옷을 입고 재를 뿌려 금식을 한다할지라도 그것이 어찌 여호와께 열납되겠냐고 합니다.(사 58:4-5) 하나님이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과 멍에의 줄을 풀어주는 것이요, 압제를 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주린 자에게 양식을 나누어 주고 유리하는 빈민을 집에 들이고 헐벗은 자를 입히는 것이라고 합니다.(사 58:6-7) 금식은 예수님의 말씀대로 오직 은밀한 중에 계신 하나님을 만나는 영적통로입니다.(마 6:8) 그러나 하나님이 기뻐하는 금식은 세상의 눌린 자를 풀어주고 고난당한 자를 돕고 세우는 것이기에, 금식이라는 영적행위는 땅의 고난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이 기뻐하는 금식을 할 수 있는 것입니까? 그것은 음식을 끊는 것이 아니라, 육체의 소욕을 끊을 때 가능합니다. 음식을 멀리하는 고통의 훈련을 통해서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육체의 탐욕을 끊어야 하는 것입니다. 마음 속에 있는 여러 가지 죄악을 끊어야 하는 것입니다. 광야에서 40일 금식을 마친 예수님에게 세가지 마귀의 시험이 주어졌습니다. 첫째, 돌이 떡이 되게 하는 시험이었습니다. 40일 곡기를 끊은 예수님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 것이라고 하면서 마귀의 시험을 물리쳤습니다. 이것은 물질의 시험이었습니다. 둘째, 성전 꼭데기에 올라가서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뛰어 내려보라는 시험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하였으니, 내가 하나님의 아들인 것을 시험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시험이었습니다. 셋째, 마귀가 예수님을 데리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 천하만국과 그 영광을 보여주면서 내게 엎드려 경배하면 이 모든 것을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사탄아 물러가라, 기록되었으되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하였느니라”고 호통을 치니 마귀는 예수님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세상권세의 시험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광야 40일 동안 음식을 끊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마귀의 시험을 끊었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물질과 믿음과 권세의 시험을 모두 물리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사순절 절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구교와 신교가 분리되기 전, 가톨릭교회 시기에는 자신의 죄와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을 생각하면서 금식의 전통을 엄격하게 지켜왔습니다. 1517년 종교개혁 이후, 개혁자들은 지나치게 많은 교회의 형식과 의식철차들을 폐지했는데, 사순절에 관계된 많은 의식들도 간소화 내지 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종교개혁에 동참한 개혁교회는 회개와 절제를 강조했던 중세 교회의 사순절 전통과 의미를 살려, 교독문과 공동기도문 등에 사순절의 내용을 담아 사순절 정신을 이어가게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순절은 영적 금식의 기간입니다. 나를 죄와 사망에서 건져내기 위해 모진 고난을 당하신 주님의 십자가를 기억하면서 더 이상 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겠다고, 절제와 경건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기간입니다. 이러한 영적 성숙을 이룰 때에 비로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금식을 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흉악의 줄에 묶인 자의 결박을 풀어주고, 무거운 멍에를 짊어진 자의 멍에를 벗겨주고, 압제 당하는 자의 영혼을 자유하게 하는 것입니다. 주린 자와 헐벗은 자와 유리하는 자를 돕고 세우는 것입니다. 이어서 이사야는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금식을 행하는 그 일들은 새벽을 밝히는 빛이 될 것이고, 병든 자를 낫게 하는 치유가 될 것이고, 하나님의 공의가 세워지는 일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하면 네 빛이 새벽 같이 비칠 것이며 네 치유가 급속할 것이며 네 공의가 네 앞에 행하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뒤에 호위하리니”(사 58:8) 그렇습니다. 우리의 참된 금식으로 세상은 밝아지고 의로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사순절은 하나님을 더욱더 깊게 만나는 영적인 절기입니다. 나의 믿음이 한 걸음 더 성숙하는 절기입니다. 어려운 이웃과 세상에 대해 더욱더 가까이 다가가는 절기입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금식을 행함으로, 고난의 사순절이 밝은 세상, 치유받는 세상, 공의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은혜의 절기가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