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순례는 무덤에서 멈추었지만, 새로운 생명을 위한 꿈틀거림이 있었습니다. 안식일이 지난주일 새벽, 예수 그리스도는 부활하신 것입니다. 무덤 안에서의 사흘은 죽음의 시간이 아니라, 부활을 잉태하는 생명의 시간이었습니다. 마치 혹한의 겨울을 죽은 듯이 보낸 나무들이 봄을 맞아 새순을 틔우고 화려한 꽃을 피우듯이, 그래서 겨울은 나무에게 봄을 준비하는 생명의 시간이었듯이 무덤 안의 시간이 그랬습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무덤에서 다시 살아나심으로 고난주간의 참담한 분위기는 반전됩니다. 우선 십자가에 대한 의미가 달라집니다. 주님의 부활로서 죄인을 처형하는 징벌의 십자가는 죄사함을 베푸는 용서의 십자가로 변화됩니다. 무덤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무덤은 산자가 머무는 곳이 아니라, 죽은 자가 머무는 곳입니다. 어둡고 차가운 무덤은 더 이상 희망이 없고 소망이 없는 죽은 공간이요 절망의 공간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부활하심으로 무덤은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고 잉태하는 공간으로 변하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부활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습니다. 보십시오. 모든 인생은 때때로 십자가 죽음과 같은 고통과 시련의 순간을 맞이하며 살아갑니다. 또한 무덤과 같은 절망과 좌절의 순간을 맞이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시련과 역경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 것입니까? 그것은 바로 부활신앙입니다. 부활신앙은 예수와 함께 세상을 이기는 신앙입니다. 부활신앙은 지금, 여기의 고난과 시련과 좌절을 현재의 희망과 기쁨으로 바꾸는 힘이요 능력입니다. 바울은 바울의 의미를 이렇게 말합니다. 부활은 단지 육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넘어서서 욕된 삶이 영광스러운 삶으로 거듭나는 것이요, 약한 삶이 강한 삶으로 변하는 것이요, 육의 몸이 신령한 몸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고전 15:42-44)

깊게 말씀을 연구하고 설교를 준비하였던, 우리 교단의 강일상 목사님은 현재적 부활을 말합니다.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 부활이기에, 부활은 죽음 다음의 일로 미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 속에서 날마다 경험하는 현재적 실재라고 합니다. 부활의 믿음은 지금, 여기서, 실족한 삶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요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에서, “죽은 자가 산자를 살린다”고 하였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의 희생과 죽음은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지 아니하고, 오늘 살아있는 자들에게 정의와 평화, 그리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벨문학상을 심사한 스웨덴 한림원은, “소년이 온다”의 고통은 인류 보편의 고통이요,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산 자의 양심을 일깨우는 것은 인류 보편의 양심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부활의 측면에서 본다면, 희생자의 죽음은 더 이상 과거의 역사에 가두어져 있지 아니하고, 다시 살아나서 산 자들에게 오늘 어떤 모습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지를 깨우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죽은 자가 산자를 살린다”는 한강 작가의 얘기는 현재적 부활을 말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은 과거의 시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를 말하고 있는 현재의 사건인 것입니다.

본문의 말씀으로 들어갑니다. 갈릴리의 여인들은 주일 새벽에 예수님을 안장한 무덤을 찾았습니다. 주님의 시신에 발라드릴 향품을 가지고 무덤을 찾았으나 무덤 문을 막았던 육중한 돌이 옮겨져 있고 무덤 안에는 예수님의 시신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인들은 크게 놀라워하면서 근심할 때, 찬란한 옷을 입은 두 천사가 나타나서 “어찌하여 살아있는 자를 죽은 자 가운데서 찾느냐”(눅 24:5)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더 이상 여기, 무덤에 계시지 않고 살아나셨으니 “내가 죄인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히고 제 삼일에 살아나야 할 것”이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기억해 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무덤에서 다시 살리셨습니다. 우리는 무덤 밖에서 살아있는 예수를 만나야 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나의 삶 가운데서 부활의 예수를 만나시기 바랍니다. 다시 사신 주와 더불어 고난과 시련을 이기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부활의 믿음으로 일어서고, 부활의 능력으로 소망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