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광복절 8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지난 80년 동안 남쪽의 대한민국은 보릿고개의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고 번영과 발전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특히 한국전쟁으로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하지만 38선으로 분단된 반쪽의 광복은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더불어 잘사는 번영과 평화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분단의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것입니까? 2차 세계대전 후, 우리와 동일하게 분단의 길을 걸어왔던 독일은 1990년에 통일하였는데 그 중심에 교회가 있었습니다. 1981년 11월, 성 니콜라이교회의 담임목사였던 월러 목사와 7명의 성도가 독일 통일을 위해 월요기도회를 시작하였는데, 8년 뒤 1989년에는 무려 57만 명이 동참하게 됐고, 드디어 그해 11월 9일 저녁 9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이를 계기로 서독과 동독은 다음 해인 1990년 10월 평화통일헌장에 서명을 하고, 통일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동독의 성 니콜라이 교회를 비롯한 동독의 교회들이 기도의 힘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독교회의 지속적인 헌금과 신앙적 연대가 있었습니다. 서독교회는 1957년부터 1990년까지 2조 9천억(51억 마르크)의 지원금으로 동독교회를 후원하였고 (서독교회 예산의 40%), 이로 인해 동독교회는 희망을 잃지 않고 통일을 위한 기도운동을 굳건하게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시편 본문은 바벨론의 70년 포로에서 풀려난 해방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어진 포로귀환은 꿈을 꾸는 것과 같은 기적이라고 고백합니다.(시 126:1-2) 꿈같은 현실이 눈앞에서 이루어진 것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행하신 큰일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포로귀환이라는 해방의 기쁨을 허락하셨는데, 그 일은 이스라엘 백성의 눈물로 씨를 뿌리는 인내와 수고 위에 주어졌다고 합니다.(시 126:4-6) 눈물을 흘리며 울며 씨를 뿌리는 자의 심정으로 간절하게 기도하였더니 그 기도의 응답으로 포로에서 풀려나는 꿈같은 해방이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우리 역시 눈물로 씨를 뿌리는 농부의 심정으로 하나되는 광복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도의 내용은 용서와 화해의 기도여야 합니다.

얄타회담과 이어지는 포츠담회담에서 그어진 38선, 그리고 6.25전쟁으로 세워진 휴전선은 눈에 보이는 장벽입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장벽 속에 숨어있는 또 하나의 장벽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음속에 있는 증오와 분노의 장벽입니다. 이 장벽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결코 완전한 광복, 기쁨의 해방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통일의 기도는 반드시 용서와 화해의 기도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증오와 분노의 장벽을 허무는 것은 육의 생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것은 오직 믿음 안에서 이루어지는 역사입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으로 이루어지는 역사입니다.(엡 2:13-18)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피흘려 돌아가신 것은 둘이 하나가 되게 하고, 원수된 담을 허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래서 십자가로 둘을 한 몸이 되게 하여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고 먼데 있는 자나 가까이 있는 자나 서로 평안을 전하게 할 것이라고 합니다.

예수를 믿고 구원을 받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먼저 죄악의 담을 허무는 것을 말합니다. 나의 죄와 허물로 인하여 막혀 있는 담을 허무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자신의 죄를 사함 받은 자만이 용서할 수 있고 화해할 수 있습니다. 죄사함을 받은 자만이 마음속에 있는 장벽, 증오와 분노의 장벽을 허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용서와 화해가 기도의 내용이 되어야 하고 통일운동의 밑거름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용서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육의 세상은 네 마음에 드는 자를 사랑하고 네 원수는 미워하라고 하였지만,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고 하였습니다.(마 5:43-45) 이렇게 할 때, 진정으로 너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성숙한 믿음의 자세로 분단의 현실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원수조차도 사랑하라는 엄중한 주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예수의 십자가로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나아가 용서와 화해로 분단의 장벽을 허물어, 빛나는 조국의 광복을 이루어 내는 믿음의 백성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