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영어로는 대림절을 ‘애드벤트’advent라고 하는데, ‘미래’를 뜻하는 라틴어 '아드벤투스'adventus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그런데 라틴어에는 또 하나의 미래를 나타내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영어 ‘퓨쳐’future의 어원인 '퓨투룸'futurum입니다. 퓨투룸은 사람이 시간의 주체가 되어 만들어가는 미래인 것에 반해, 아드벤투스는 절대자가 만들어 놓은 완전한 것이 인간을 향해 다가오는 미래입니다. 퓨투룸을 살아가는 것은 불확실하고 불완전한 미래를 살아가는 것이요, 아드벤투스는 완전한 미래를 소망하며 저를 기다리며 맞이하는 것입니다. 대림절이 애드벤트인 것은 주님께서 오셔서 통치할 완전한 나라를 소망하며 기다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도바울은 빌립보 교인들에게 '주께서 가까우시니라'(빌 4:5)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주님, 어서 오시옵소서”라는 '마라나타'(Μαρανα θα)와 같은 말로써, 초대교회의 종말적인 신앙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이는 곧 대림절은 종말 신앙임을 말합니다. 그러기에 초대교회의 성도들은 “주께서 가까우시니라”라는 종말신앙으로 모진 박해를 이겨냈고, 이후로 그리스도인의 삶 역시 모든 근심과 염려를 종말신앙으로 이기며 살아왔습니다. 어떻습니까? 그리스도인은 1년 365일을 대림절의 종말신앙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주님오시는 그날에는 모든 것이 엉킨 실타래가 풀어지듯 더 좋은 모습으로 나아지고 해결되기를 희망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제 빌립보 교회에게 주신 사도바울의 말씀을 통하여 대림절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 사도바울은 항상 기뻐하라 하셨습니다.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빌 4:4). 사실 빌립보서는 옥중에서 쓴 옥중서신으로서 바울은 영어의 몸으로 매여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바울은 주안에서 항상 기뻐하라고 하였습니다. 과연 감옥에 갇힌 바울이 기쁨의 삶을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주님오실 날이 가까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님 오시는 그날을 생각하면, 오늘의 고난과 역경은 아무것도 아니기에 기뻐하라 하셨습니다. 고단 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역시 주님 오실 날이 가까웠음을 생각하면서 소망과 용기로 세상을 이기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사도 바울은 관용의 삶으로 주님을 기다리라고 합니다.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빌 4:5) 관용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내 것을 양보하고 남을 배려하는 삶입니다. 나아가서 상대의 허물을 덮어주고 용서하는 것 역시 관용입니다. 과학에서도 관용이 있습니다. ‘오차 허용도’라고 해서 약간의 오차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울을 만들 때, 약간은 모자라거나 넘쳐도 어느 정도까지는 오차를 허용하는 것입니다. 엄격한 과학에서도 관용을 인정하는데, 우리의 삶은 당연히 관용의 모습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관용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에서 극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간의 죄와 허물을 관용으로 용서하셨던 것입니다. 주님의 너그러운 자비와 용서로 말미암아 죄인인 우리가 감히 의인이 되었고 구원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관용을 베푸신 주님께서 가까이 오셨으니, 우리도 상대의 허물을 용서하는 관용의 삶으로 주님을 기다려야 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어떤 곳입니까? ‘관용’을 베푸는 곳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어떤 자입니까? 관용의 삶을 살아가는 자입니다.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는 것은, 교회가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용서와 사랑과 화해의 삶을 행하여, 그 관용의 모습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기억되게 하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도 바울은 기도의 삶을 살 것을 권면합니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하나님께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 4:6) 옥중에 매여 있는 바울은 염려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기도하였습니다. 주님께서 오실 날이 가까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빌립보 교인들에게 모든 시련과 근심과 염려를 두려워하지 말고 기도하라고 하였습니다. 오히려 감사함으로 기도하라고 하였습니다. 주님께서 가까이 오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대림절은 기도하는 절기입니다. 나의 모든 시련과 고난을 하나님께 내어 놓고,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줄 주님을 이 땅에 다시 보내달라고 기도하는 절기가 대림절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바울은 빌립보 교인들에게 말합니다. 이렇게 “주께서 가까우시니” 기쁨과 관용과 기도로서 그날을 기다린다면, 하나님께서 평강으로 너희의 삶을 붙드실 것이라고 합니다.(빌 4:7) 참된 기다림의 삶, 참된 종말의 삶을 살아가는 자의 마음과 생각 속에 하나님은 위로와 평강으로 함께 하시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대림절을 지키는 이 날들이 기쁨의 절기, 관용의 절기, 기도의 절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평강이 늘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