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렙산 아래에서 양을 치던 모세는 불타는 떨기나무를 발견합니다. 그런데 떨기나무는 타지 않고 불꽃만 피어오릅니다. 이를 보고 가까이 다가갈 때, 하늘에서 모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음성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네가 선 곳은 거룩한 곳이니 신을 벗으라”고 하신 후에 모세에게 출애굽의 사명을 맡깁니다. 하나님께서 40년 동안 광야생활을 하던 모세에게 나타나신 떨기나무는 어떤 나무입니까? 히브리말로 ‘스네’라는 그것은 광야에서 드문드문 자라는 일종의 가시덤불나무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장대한 나무가 아닌 ‘스네’를 통해 당신을 현현하신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집니까? 그것은 애굽의 종으로 고난당하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하시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모습은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인간 세상에 보내실 때에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12월 끝자락, 매서운 추위 속에서 아기 예수는 말들이 기거하는 마굿간으로 오셨습니다. 바람 하나 막을 수 없는 곳, 온기라고는 어머니 마리아의 품 밖에 없는 그곳에서 예수님은 태어났습니다. 가장 높고 가장 귀한 곳으로 와야 했지만, 성부 하나님이 인간의 육신을 입고 성자 예수로 오신 곳이 마굿간이었다는 것은, 역시 고난당한 삶과 함께 하실 하나님이심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떨기나무에서 하나님은 모세에게 말합니다. 애굽에서 당하고 있는 내 백성의 모든 고통을 내가 다 보고 듣고 알고 있다고 말입니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내가 애굽에 있는 내 백성의 고통을 분명히 보고 그들이 그들의 감독자로 말미암아 부르짖음을 듣고 그 근심을 알고”(출 3:7) 우리는 어떤 하나님을 믿고 있는 것입니까? 우리의 삶의 모든 역경과 시험과 눈물을 다 아시는 하나님을 믿고 있는 것입니다. 잠시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의 기도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자식이 없음으로 고통의 세월을 보내던 한나는 성전에 올라가 하나님께 기도할 때마다 통곡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제사장 엘리는 흐르는 눈물 속에서 입술을 떨며 기도하는 한나의 모습을 보고 술이 취한 것으로 오해 했습니다.(삼상 1:10-13) 한나의 기도가 이렇도록 간절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습니까? 그것은 하나님만이 나의 모든 고통의 눈물을 알고 계시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나의 모든 형편과 처지를 하나님만이 아신다는 믿음이 한나로 하여금 간절한 기도, 눈물의 기도가 있게 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떨기나무에 나타나신 하나님은 고난당한 삶을 위로 하고 그 삶의 눈물을 아시는 분이심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바로 그 하나님께 나의 모든 근심과 염려를 내어 놓고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불타는 떨기나무의 하나님은 내가 백성들의 고통을 보고 듣고 알았으니 직접 저들의 삶 속으로 내려가겠다고, 그래서 그들을 무거운 짐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겠다고 말씀합니다. “내가 내려가서 그들을 애굽인의 손에서 건져내고 그들을 그 땅에서 인도하여 아름답고 광대한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곧 가나안 족속, 헷 족속, 아모리 족속, 브리스 족속, 히위 족속, 여부스 족속의 지방에 데려가려 하노라”(출 3:8) 이렇게 두 번째 하나님의 속성은 인간의 고난을 아실뿐 아니라, 그 고난의 현장을 함께 하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베델광야에서 야곱에게 나타나신 하나님을 봅시다. 집을 나와 홀로 어두운 광야에서 잠을 자고 있는 야곱에게, 하나님은 “네가 너를 떠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창 28:15) 하나님은 험한 광야 길을 걸어가는 야곱의 인생길에 함께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네 고단한 삶이 회복될 때까지,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떠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아래로 내려오시는 분이십니다. 천상의 높은 곳에 계시지만 결코 그곳 에 안주하지 않습니다. 직접 비천한 인간의 땅으로 내려오셔서 저들의 고통에 함께 하시는 분이 하나님입니다.

오늘 우리는 대림절 셋째주일을 보내면서 아기 예수의 오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기 예수의 오심은 아래로 내려오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된 것입니다. 일찍이 선지자 이사야는 “주께서 친히 징조를 너희에게 주실 것이라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사 7:14) 고 하였던바, 우리는 임마누엘의 하나님으로 오실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모세에게 “내가 내려가서 그들을 애굽인의 손에서 건져내고 그들을 그 땅에서 인도하여 내리라”고 말씀하셨던 하나님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예수 그리스도로 우리에게 오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의 눈물과 근심과 고통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아기 예수를 보내셨으니 그를 영접함으로 고난의 삶이 기쁨과 소망으로 충만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