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죽은 나사로를 무덤에서 살려내신 소문을 듣고서 유월절 순례길에 오른 많은 사람들이 이적의 주인공을 만나고자 예수님께 모여들었습니다. 죽었던 자를 다시 살리셨으니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예수님은 생명을 살리는 방법에 있어서는 정반대의 방법을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내가 먼저 죽어야 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밀알을 비유로 말씀합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다고 합니다. 죽지 아니하였다는 것은 땅 속에 나를 던지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렇게 하여 한 알 그대로 자신을 지킬 수는 있었겠지만, 뿌리도 싹도 내지 못하여 아예 꽃도 없고 열매도 맺지 못한다면 그것은 죽은 것입니다. 겉모양은 살아있으되 그의 속은 죽은 것입니다. 그러나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합니다. 여기서 죽는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흙속에 내어 놓는 것을 말합니다. 나의 생명은 흙속으로 사라지고 없어졌지만, 내가 죽은 그 흙 에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새잎에 돋아나고 꽃이 피고 그리고 열매가 맺어지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은 내어 놓지 않고, 열매만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기적인 생명은 결단코 열매를 소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전하리라”(요 12:20) 고 하셨습니다.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누구입니까? 땅에 떨어 졌으되 죽지 못하는 이기적인 씨앗을 말합니다. 하지만 자기의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누구입니까? 그것은 땅에 떨어져 자신의 모든 것을 흙으로 되돌리는 씨앗을 말합니다. 따라서 생명을 미워한다는 것은, 이기적인 생명에 집착하지 않는 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과연 땅에 떨어져 자신을 죽임으로서 많은 열매를 맺는 밀알의 삶을 살아간 자가 누구입니까? 그 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였습니다. 23절에서 예수님은 인자가 영광을 얻을 때가 왔다고 하셨는데, 그 영광은 십자가 죽음으로 얻게 될 영광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목숨을 십자가에 내어 놓으심으로 죄로 인하여 죽을 생명을 모두 살려 내셨습니다. 한 알의 밀이 죽음으로 많은 열매를 맺듯이, 예수라는 한 알의 밀이 십자가에 달려 죽음으로서, 사망의 그늘에 놓인 모든 인류에게 살길을 열어 주셨던 것입니다.

예수를 믿는 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예수 그리스께서 밀알의 죽음, 곧 십자가 죽음으로 나를 살리셨음을 믿는 것입니다. 이 믿음으로 저와 여러분은 사망에서 생명으로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의 십자가 죽음으로 다시 살아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까?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니 사람이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귀히 여기시리라”(요 12:26) 예수님은 내가 너를 살리셨으니, 그 은혜를 깨닫고 나를 섬기겠다면 나를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어떤 삶입니까? 그것은 예수님처럼 자기의 생명을 미워하는 삶입니다. 다시말해 내 생명을 아끼지 않고 기꺼이 내어놓는 이타적인 삶입니다.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자기 생명을 미워하는 이타적 사랑, 희생적 사랑으로 존재하고 지속됩니다. 나를 양보하고, 내 것을 먼저 내어 놓는 사랑이 충만할 때, 그 공동체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습니다. 어떠한 위기와 시련이 닥쳐도 능히 이겨냅니다. 그러나 자기의 생명만을 사랑하는 이기적인 생명으로 가득찬 사회는 언젠가는 반드시 무너지고 맙니다. 그 사회는 탐욕으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공의가 사라지고, 무질서가 범람하게 됩니다. 위기와 시련이 닥칠 때에 이를 극복할 능력이 없습니다. 교회도 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생명을 미워하는 이타적인 사랑이 충만할 때, 그 교회와 가정은 든든한 반석위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어떠한 시련과 역경을 만나더라도 능히 그 것을 이겨내는 것입니다. 

이제 오늘 본문의 마지막인 26절에서 예수님은 나를 섬기고 따르는 자들이 어떤 곳에 거할 것인지를 말씀합니다.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니 사람이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귀히 여기시리라” 여기서 예수님이 있는 곳은 어디입니까? 그곳은 하나님 나라입니다. 일찍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내가 먼저 십자가 죽음과 부활로서 너희들을 떠나지만 나는 너희들이 거할 처소를 마련해 놓겠다고 하셨습니다.(요 14:1-3) 예수를 섬기고 예수를 따르는 자가 거할 마지막 처소는 주님께서 나의 거처를 예비하고 계신 곳, 곧 하나님 나라인 것입니다. 그곳이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주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나의 이기적 생명을 내어놓음으로 하나님 나라의 영원한 백성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