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종려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생의 마지막 유월절을 맞아 예루살렘으로 들어오실 때에 백성들이 승리를 상징하는 종려나무가지를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호산나, 우리를 구원하소서라고 소리치면서 예수님을 맞이하였습니다. 백성들은 예수님으로 하여금 개선장군처럼 우리를 구원해 달라는 희망을 담아 종려나무가지를 흔들면서 호산나를 연호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백성들의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했던 예수님은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내 마음이 심히 두려워 죽게 되었다”고 기도하였습니다. 눈먼 자를 보게하고, 앉은뱅이를 일으키고, 귀신을 내쫒고, 심지어는 죽은 자까지도 다시 살려내신 능력의 이적은 없었습니다. 특별히 누가복음은 “예수께서 힘쓰고 애써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 같이 되더라”(눅 22:44)라고 하면서 겟세마네 기도가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전합니다.

완전한 신이요 동시에 완전한 인간으로 오신 예수님, 그 중에서 오늘 본문은 인간 예수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각은 고통 없이 쉽게 구원의 주, 승리의 왕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말 한마디에 백부장의 하인의 병이 낫고 감사기도 한번에 오병이어로 오천명을 먹였던 이적으로 백성들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밥의 문제를 해결하고, 육신의 병을 고치는 일은 세상의 능력으로도 가능하지만 영혼의 문제, 다시말해 인간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적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것은 십자가 죽음과 부활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죄악에 빠진 세상을 구하기 위한 구세주로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습니다. 다시말해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인간을 죄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죄사함의 과정이 없으면, 결코 인간은 하나님 앞에 의인으로 설수 없으며 하나님나라를 유업으로 받을 수 없었기에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을 순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막 14:36)라고 기도하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피눈물의 기도를 통해서 무엇을 깨달아야합니까?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베푸신 구원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적으로 고뇌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것은, 예수님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구원이 얼마나 힘들었고, 얼마나 고통스러웠던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였던 박지성의 발, 올림픽 피겨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 의 발은 사람의 발이라 믿기지 않는 모습으로 처참하게 망가져 있습니다. 세상에서의 승리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처절한 훈련과 고통을 통해서 얻어지는데, 하물며 죄악을 이기고 인간의 영혼을 구하는 이 거룩한 일이 어찌 쉽게 이루어지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종려주일에 승리의 왕으로 입성하신 예수님의 승리는 십자가 죽음이라는 잔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주님의 핏값으로 사신 생명이라는 이 생명이, 얼마나 값지고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귀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십자가를 바라볼 때마다, 저 십자가에 녹아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의 피와 땀과 눈물을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베푸신 구원의 은혜에 눈물로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나를 살리기 위해 주님께서 당하신 십자가 고난을 기억하시 바랍니다. 주님께서 친히 당하신 십자가 고난에 동참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사망권세를 이기고 부활로서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