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전, 일본 규수지방의 구마모토에 큰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60여명이 사망하고 8만명이 넘은 이재민들이 공공건물에서 대피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로가 갈라지고 수많은 건물이 주저앉은 처참한 재난 속에서도 주민들의 침착한 모습을 주목하게 됩니다. 그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절대로 생필품을 사재기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쓸 만큼만 구입을 합니다. 구호품이 오면 먼저 정리하고 그리고나서 질서있게 배분을 합니다. 여기서 한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것은 남을 배려하는 정신이 아니겠습니까?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정신이 있을 때 그 사회는 혼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인의(仁義)가 사라지고, 물질의 가치만 중시되는 이기적인 세태 속에서 나를 넘어서서 이웃을 한번 더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점점 더 소중한 가치로 여겨집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 교인들에게 교회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권면합니다. 그런데 이 권면의 말씀은 믿음의 유무를 떠나서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이익집단 모두에게 매우 시의적절한 교훈의 말씀인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 다는 것은, 한 개인의 영혼구원을 넘어서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바울은 올바른 교회생활을 위하여 빌립보 교인들에게 세 가지를 말합니다.

첫째, 모든 일에 있어 하나가 되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안에 무슨 권면이나 사랑의 무슨 위로나 성령의 무슨 교제나 긍휼이나 자비가 있거든 마음을 같이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마음을 품어”(빌 2:1-2) 권면이나, 사랑이 없는 교회가 어디 있겠습니까? 위로나 친교가 없는 교회가 어디 있겠습니까? 문제는 하나되지 못한 가운데서 이루어지는 권면이나 사랑이나 위로나 친교는 아무런 유익이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하나되지 못하면 그 공동체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 강동교회는 마음과 뜻이 하나되는 믿음의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권면하고 위로하고 사랑하고 긍휼과 자비를 베푸는 성도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둘째, 모든 일을 겸손으로 하라고 하였습니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빌 2:3) 이천년 전의 빌립보교회의 사정은 어떠했는지 잘 모르겠으나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나님의 일을 하는 자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 의를 드러내고자 하는 헌신과 봉사는 결국 문제가 되고 맙니다. 그것은 겸손을 잃어버린 것이기에 시비와 다툼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사도바울은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라고 합니다. 예수님은 “회당의 높은 자리와 잔치의 윗자리를 원하는 서기관들을 삼가라”(막12:39)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너희 중에 큰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마 23:11-12) 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크다고 생각할수록, 내가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할수록,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그 겸손은 오히려 나를 높이게 되는 결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남이 나를 높여 주는 것입니다. 얼마나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일입니까?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겸손의 성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세상으로부터 높임을 받는 여러분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셋째, 사도바울은 빌립보 교인들에게 이타적인 삶을 살라고 하였습니다.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빌2:4) 세상은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창조하셨습니다. 나 혼자만 존재할 수 없습니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개미는 두 개의 위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자신을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료개미를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위를 ‘사회위’라고 하면서 다른 개미가 주렸을 때 위 속에 보관한 먹이를 꺼내어 입으로 전달해 준다고 합니다. 개미의 입맞춤은 육체적 사랑의 행위가 아니라 구휼의 행위인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 역시 어려움에 처한 지체를 품어주고 돌보는 곳이 아니겠습니까? 특별히 사도 바울은 교회란 약한 지체가 도리어 요긴하고 덜 귀히 여기는 지체를 더욱 귀한 것들로 입혀주는 곳이요, 그들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라고 합니다.(고전 12:22-27)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 우리가 받은 말씀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되는 교회, 겸손한 교회 그리고 약한 지체를 돌보고 배려하는 교회를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나아가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찬 세상에 빛으로, 소금으로 살아가는 믿음의 백성들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