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웃은 누구인가?(누가복음 10장 29-37절) / 에드 에반스 목사

어떤 율법교사가 영생을 얻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하는지 예수님께 묻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신명기 6장 5절의 율법을 따라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합니다. 그러자 이 율법교사는 “그러면 내 이웃은 누구입니까?”라고 재차 묻고 이에 예수님께서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말씀해 주십니다. 여기서 율법교사의 질문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예수님, 제가 미워해도 되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다시말해 내가 영생을 얻는데 있어서 사랑해야 할 이웃을 규정해 달라는 질문은, 사랑할 필요없이 지나쳐도 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달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에 대해 답이 주어진다면 이는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웃사랑의 책임을 회피하게 할수도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우리가 마땅하게 여기며 붙들어 왔던 편견과 혐오를 고수하며 차별적 행동을 정당화 하는 구실을 할 것입니다. 대체 내가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어쩌면 우리의 모습은 율법교사와 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계를 나눕니다. 입으로는 사랑을 외치면서도 공동체 안에 포함시킬 사람과 배제시킬 사람을 나눕니다. 우리는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답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기에 율법교사와 같은 질문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거짓된 시도와 진리를 회피하려는 태도를 뒤집고 하나님의 사랑의 놀라운 깊이를 보여주십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하나님의 사랑은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대답은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을 완전히 산산조각 내버리며 질문 속에 내재하는 위선을 폭로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율법에 매여있는 자들로 하여금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갖도록 하시며 율법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요구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읽을 때, 제사장과 레위인이 강도 만난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베풀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그들 또한 1세기 정결법의 지배 아래 있던 희생자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강도 만난 사람에게 관여한다면 그들 역시 부정하게 되는 정결법 제도 안에 갇혀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강도 만난 사람을 긍휼히 여기고 동정심을 갖는 것보다 성서의 율법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지는 않습니다. 강도는 폭력으로 그 사람을 때린 반면, 제사장과 레위인은 무시하고 방치함으로 그 사람을 때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중요한 가치는 도움의 손길을 베푼 사람에게 있습니다. 그는 모두가 증오하던 사마리아인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마치 유대인들이 나치를 증오하듯 사마리아인들을 증오했습니다. 1세기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사마리아인들보다 증오와 경멸의 대상은 없었습니다. 그들은 이교도요 불경스러운 사람으로 여겨졌으며 페르시아 군대에 협조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강도 만난 사람에게 도움과 위안을 제공했던 사람은 바로 사마리아인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라는 말씀으로 본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또는 율법의 원래 목적을 훼손하는 종교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으로 본문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또한 희생자의 눈으로, 바로 길가에서 죽어가고 있는 사람의 관점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목사나 의사와 같이 여러분들에게 다가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이 모두 지나쳐 가버린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만약 도움을 주려고 다가온 사람이 여러분에게 있어 최악의 원수라면 어떻겠습니까? 만약 여러분이 강도를 만나 쓰러져 있는데 여러분을 도와주려고 오는 유일한 사람이 여러분의 원수라면 그들을 용납하고 그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런데 지금 그러한 원수가 오히려 사랑과 동정심 갖고 여러분에게 다가와 자비를 베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이웃사랑에 대한 우리의 이기적인 모습을 바로 잡으시고 편견과 차별 없이 이웃을 사랑할 것을 요구하십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을 통해 보여진 사랑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품고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라고 가르치십니다. 여전히 내가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그들이 바로 나의 이웃입니다.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의 깊이를 체험하며 그 사랑을 실천하는 여러분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