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주의가 꽃을 피웠던 18세기에 이신론(理神論 Deism)이라는 신앙사조가 있었습니다. 이신론은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자했던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아 성경에 기록된 기적기사를 버리고 이성으로만 인정되는 부분만 믿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합리적 이성으로 무장한 인간은 창세기로부터 계시록에 이르기까지 기적이야기로 가득찬 하나님의 말씀을 어떻게 믿어야 하는 것입니까? 성경의 기적사건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나의 신앙으로 고백이 하기 위해서는 이성을 넘어선 절대적인 믿음이 이 있어야 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병이어의 기적으로 오천명을 배불리 먹이시고 나서 제자들을 갈릴리 바다 건너편으로 건너가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홀로 산으로 올라가 밤새워 기도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산 기도를 하실 동안에 제자들이 탄 배가 거센 풍랑을 만나서 큰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밤 사경 그러니까 새벽 3시경에 제자들은 바다 한 가운데서 풍랑과 씨름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보시고 예수님께서 바다 위를 걸으셔서 제자들에게 다가 가시니 예수님을 발견한 베드로는 나도 물위를 걷고 싶다고 합니다. “나에게로 오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베드로는 배에서 나와 물위를 걸어 예수님께로 가고자 합니다. 그러나 심하게 부는 바람을 보고 두려워하자 베드로는 곧장 물속으로 빠지고 맙니다. 물에 빠진 베드로를 건져 주시면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믿음이 작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마 14:31) 베드로가 예수님의 기적에 동참하지 못했던 이유는 믿음이 작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왜 베드로의 믿음이 작았던 것입니까? 그의 믿음이 이성에만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인간의 생각에만 매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루전날 있었던 오병이어의 사건을 생각해 봅시다. 합리적인 생각을 하였던 빌립은 이백 데나리온이 있어도 오천명을 먹이기에 부족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안드레는 한 어린아이가 가지고 있던 보리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예수님께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안드레가 가져온 오병이어로 오천명을 배불리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는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빌립은 이성으로만 예수님을 믿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안드레는 전적으로 예수님의 능력을 의지하였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성에만 의지한 믿음은 오천명을 먹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능력에 의지한 믿음은 오천명을 배불리 먹일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믿음을 돌아봅니다. 사람의 생각에만 머무르지는 않았습니까? 하나님의 기적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내 믿음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기고, 이성의 테두리 안에서만 살아오지는 않았습니까? 그래서 인생의 풍랑을 만나되 한번도 그 풍랑을 이겨보지 못한 채, 근심과 두려움에만 매여 평생을 살아오지는 않았습니까? 자전거를 배울 때 사람이 자전거를 잡고 있는 한 절대로 자전거는 사람의 걸음걸이 이상을 달릴 수 없습니다. 사람의 손을 벗어 날 때 비로소 자전거는 세상을 향해 힘차게 달릴 수 있습니다. 이성은 자전거의 잡아주는 도우미처럼 우리의 생각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기적이라는 깊고 넓은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이성을 넘어서야 합니다. 인간의 생각에 매이는 믿음을 넘어서야 합니다. 고해 같은 인생 속에서 풍랑이는 바다를 잠잠하게 하고, 물위를 걷고, 오천명을 먹이는 기적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의 생각을 뛰어넘는 전적인 믿음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순간순간이 기적의 연속이 아니겠습니까? 동물과 달리 두 개의 다리로 넘어지지 않고 서서 걸어가는 것이 기적이 아닙니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기적 같은 삶을 날마다 살아가는 것입니다. 세상이 모두 잠든 새벽 3시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 풍랑이는 바다로 걸어 오셔서 거친 바다를 잠잠하게 하시니 우리는 세상의 풍랑을 이기고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의심을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오직 사람의 지각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날마다 주님과 함께 물위를 걷는 기적의 삶을 살아가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