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는 광야 40년이 끝나갈 무렵 출애굽 구원을 회고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거룩한 백성으로 택하셔서 자유와 해방의 기쁨을 누리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너는 여호와 네 하나님의 성민이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지상 만민 중에서 너를 자기 기업의 백성으로 택하셨나니”(신 7:6)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성민으로 선택한 것은 전혀 뜻밖의 이유였다고 합니다. “여호와께서 너희를 기뻐하시고 너희를 택하심은 너희가 다른 민족보다 수효가 많기 때문이 아니니라 너희는 오히려 모든 민족 중에 가장 적으니라”(신7:7) 하나님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당신이 택한 백성은 자랑할 만한 공적이 있는 큰 민족이어야 할 텐데 그렇지않았습니다. 모든 민족 중에서 가장 수효가 적은 이스라엘을 성민으로 택하셨다고 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역설적인 선택은 모세의 개인적인 경험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세 역시 말이 어눌하고 뛰어난 능력을 가지지 못하였음에도 아론을 붙여 주시고 지팡이를 뱀으로 변하게하는 능력을 더하여 주심으로 출애굽의 지도자로 나서게 되었던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 역시 모든 민족 중에 수효가 가장 적음에도 오히려 그 적음이 선택의 기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선택의 기준을 통해서 하나님의 속성을 보아야합니다. 하나님은 낮고 비천한 자를 부르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종으로 신음하며, 무거운 짐을 지며, 고난에 처한 눈물의 인생을 붙드시는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이렇듯 모든 민족 중에 가장 수효가 적은 이스라엘을 택하셨다는 것은, 세상의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심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어서 우리는 수효가 적다는 것은 결코 외적인 모습에만 그 기준을 두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을 빠져 나올 때 장정만 60만이었습니다. 장정 한 사람당 3명의 가족이 있다고 했을 때, 무려 240만명의 수효가 됩니다. 이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백성은 모든 민족 중에 가장 적다고 하였던 것은 하나님의 선택의 기준은 단순히 숫자의 많고 적음이라는 외형에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시한번 출애굽 당시의 상황을 살펴봅시다. 하나님이 노예로 부림을 당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로 모세를 보낼 때에, 조상의 하나님이 너를 보냈다고 말하면 그들이 너를 믿고 따라 나설 것이라고 합니다. “하나님이 또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같이 이르기를 너희 조상의 하나님 여호와 곧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라”(출3:15)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 400년 이상의 긴 세월을 지내오면서 선조의 하나님, 곧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의 조상의 하나님이 보낸 지도자인 모세를 믿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속에는 하나님을 향한 구원의 갈망이 불꽃처럼 있었던 것인데 그것은 가난한 심령을 말합니다. 심령이 가난하다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구원만을 바라보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숫자가 적었다는 것은, 하나님만을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였던 순전한 믿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다윗을 봅시다. 역대상 18장은 파죽지세로 적들을 격파하는 다윗의 용맹을 기록하고 있는데, 블레셋을 물리쳐서 항복을 받고, 모압을 쳐서 조공을 받고 그리고 유프라데 강에 거주하는 소바를 칩니다. 그런데 소바 왕에게 병거 천대를 빼앗았으나 병거를 끄는 말 백마리만 남기고 그 외의 병거의 말은 발의 힘줄을 끊어버렸습니다. “다윗이 그에게서 병거 천 대와 기병 칠천 명과 보병 이만 명을 빼앗고 다윗이 그 병거 백 대의 말들만 남기고 그 외의 병거의 말은 다 발의 힘줄을 끊었더니”(역대상 18:4) 다윗은 가장 강력한 무기인 병거 천 대중 백 대만 남겼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버렸습니다. 이는 곧 전쟁을 이기는 승리의 힘은 하나님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세상의 능력을 버리고 스스로 작아진 다윗을 들어서 그가 어디로 가든지 이기게 하셨습니다. “다윗이 어디로 가든지 여호와께서 이기게 하시니라”(대상 18:6) 그렇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작아지는 자, 다시말해 나를 낮추고 겸손으로 하나님앞에 서는 자, 하나님은 그를 거룩한 백성으로 붙드시고 그에게 세상을 이길 힘을 주시는 것입니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갑니다. 모세는 모든 민족 중에서 가장 수효가 적은 이스라엘이 성민으로 택함받은 것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말이암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호와께서 다만 너희를 사랑하심으로 말미암아, 또는 너희의 조상들에게 하신 맹세를 지키려 하심으로 말미암아 자기의 권능의 손으로 너희를 인도하여 내시되 너희를 그 종 되었던 집에서 애굽 왕 바로의 손에서 속량하셨나니”(신7:8) 하나님은 어떤 자를 사랑하십니까? 육적인 자랑과 교만을 버리는 자, 그래서 하나님 앞에 작은 자로 서는 자, 그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나를 따르거든 자기를 버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하셨습니다.(마10:38-39) 자기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자기의 목숨을 십자가에 버린다는 것입니다. 자기의 목숨을 십자가에 버린다는 것은 육의 모든 교만과 자랑을 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곧 세상을 버리고 하나님에 대해서 작아지는 것입니다. 천개의 병거 중 백개만 남기고 모두 버리는 것입니다. 그 때에 십자가의 참 사랑을 소유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때에 사망권세를 이기고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하나님 앞에 작은 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낮아지고 겸손해지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택함을 받아 종의 자녀가 아닌 생명의 자녀로 살아가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