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나면서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제자들이 저 사람의 눈먼 현실이 누구의 죄 때문이냐고 물을 때에, 예수님은 누구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니 하나님께서 저를 통하여 나타내실 일을 보자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맹인의 눈에 진흙을 발라주시면서 실로암 못에 가서 눈을 씻으라고 하셨습니다. 그가 예수님의 말씀대로 실로암 못으로 가서 눈을 씻으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눈에 발려진 진흙이 씻겨져 내림과 동시에, 나면서부터 감겨진 그의 눈이 밝아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는 직접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맹인의 눈이 밝아지는 이 놀라운 기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기적의 현장에 모여든 사람들을 향해서, 나는 단순히 육의 눈을 뜨게 하고자 이 일을 행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심판하러 이 세상에 왔으니 보지 못하는 자들은 보게 하고 보는 자들은 맹인이 되게 하려 함이라 하시니”(요 9:39) 예수님은 내가 나는 세상을 심판하러 왔으니 오히려 보는 자들을 맹인되게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 안식일에 눈을 뜨게 했다고 예수님을 비난하고 눈뜬 맹인을 유대사회에서 출교하였던 바리새인들이 스스로 묻습니다. 보는 자들을 소경되게 하겠다고 하셨으니 그렇다면 우리는 소경인가라고 말입니다. 그때에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을 향해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가 맹인이 되었더라면 죄가 없으려니와 본다고 하니 너희 죄가 그대로 있느니라”(요 9:41)

 과연 예수님께서는 무엇을 두고서 본다고 하신 것입니까? 그것은 육의 눈이 아닌 다른 눈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눈으로 본다는 것은 실로암 못에 씻은 눈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로암 못에 눈을 씻는 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구원의 체험으로 세상을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을 보라는 것입니다. 지난날에는 육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았지만, 이제 부터는 예수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는 것입니다.

  사도바울은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내 안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가 사는 것이라고 고백하였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 2:20) 사도바울은 아직도 내 육의 의지대로, 내 인간의 생각과 고집대로 살아간다면 그것은 살되 사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육의 허물을 십자가에 못 박아 버리고 내 안에 예수 그리스도를 모시는 사는 삶만이 참된 삶이기에, 이제부터 나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내 안에 있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보지 못하는 자를 보게 하시겠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을 보게 하겠다는 것인데, 그것은 인간의 탐욕과 시기와 이기심을 모두 십자가에 못박아 버리고 새롭게 거듭난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부정한 바리새인들은 육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자 했기에, 본다고 한 그것이 오히려 죄가 되고 말았습니다. 여전히 탐욕의 눈으로, 이기심으로 눈으로 세상을 보았기에 그들은 보되 보지 못한 자에 불과 했던 것입니다. 의를 보고 진리를 보고 생명을 보아야 하는데 그것은 보지 못하고, 거꾸로 불의를 보고 거짓을 보고 죽음을 보았기에 그들의 죄가 그대로 있는 것입니다. 나라가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탐욕에 물든 육의 눈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찾아 다녔던 몇몇 눈뜬 소경들이 이 땅을 부끄럽고 추한 나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육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자 했기에, 탐욕의 배를 채울 수 있는 곳만을 찾아 다녔던 것이요 그래서 그들이 지난 간 곳마다 추악하고 냄새나는 흔적들만이 속속 발견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을 볼 때만이 의와 불의를, 선과 악을, 그리고 참과 거짓을 분별할 수 있는바 우리는 어떻게 예수의 눈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까? 그것은 주님과 함께 십자가에 나의 모든 허물과 죄악의 옛사람을 못박아 버릴 때에 가능합니다. 나의 눈을 가리고 있었던 지난날의 모든 허물들을 실로암 못에 씻어 버릴 때에 우리는 의와 진리와 생명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난 수요일, 청와대에 초청을 받은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은 대통령을 향하여 '화엄경'의 한 구절을 들려 주었다고 합니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는 말씀이었습니다. - 樹木等到花(수목등도화) 謝才能結果(사재능결과) 江水流到舍(강수류도사) 江才能入海(강재능입해) - 과거의 나를 버릴 때에, 새로운 미래의 열매를 거둘 수 있다는 말씀인데 이는 이미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니겠습니까?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나의 옛사람의 눈을 실로암 못에 씻으시기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눈으로 세상을 분별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혼돈과 불의 시대에 의와 생명의 길을 걸어가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