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587년 유다는 바벨론의 침략을 받아 예루살렘 성이 함락됨으로 멸망합니다. 시드기야 왕은 두 눈이 뽑힌 채로 사슬에 묶여 바벨론으로 끌려가고 왕족들과 귀족들 역시 모두 포로가 되어 잡혀 갔습니다. 특히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전인 예루살렘 성전이 불타 없어지는 참담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제 하나님은 이 땅에서 사라졌는가? 우리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가?”라고 절망에 빠집니다. 예레미야 선지자 역시 이 물음을 놓고 한없는 눈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레미야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움 속에서 소망의 빛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이르기를 나의 힘과 여호와께 대한 내 소망이 끊어졌다 하였도다 내 고초와 재난 곧 쑥과 담즙을 기억하소서 내 마음이 그것을 기억하고 내가 낙심이 되오나 이것을 내가 내 마음에 담아 두었더니 그것이 오히려 나의 소망이 되었사옴은”(애 3:18-21)

보십시오. 멸망의 현실은 쑥과 담즙같이 쓰라린 기억으로 예레미야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지만, 오히려 그것이 소망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놀라운 반전이 아닙니까? 어떻게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고 불타버린 이 절망의 현실이, 나의 소망이 되었다고 말 할 수 있었던 것입니까? 그것은 아직도 하나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는 믿음의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애 3:22) 이제 이 나라 이 백성은 완전히 소멸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긍휼하심이 영원무궁하심으로서, 결코 이 백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그래서 쑥과 담즙같은 쓰라린 기억이 이제는 소망의 마음으로 변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고난의 한 가운데서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신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 때에 비로소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쑥과 같은 쓰라린 기억은 내일의 소망으로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신 하나님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변치 않는 사랑의 하나님을 말합니다. 지난주에 하나님은 죄인의 이름을 가슴에 새기고 있는 분이라고 하였습니다. 집나간 탕자의 이름을 평생토록 가슴에 묻어 두고 그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분이 하나님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거지꼴로 돌아오는 아들을 먼저 발견하고 달려가서 그를 안아주는 분이 하나님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렇듯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인자하시고 긍휼하신 마음은 영원히 열려 있으므로, 우리의 인생은 결코 진멸되지 않는 것입니다. 언제든지 내가 돌아갈 영혼의 본향이 있기에, 세상 집이 불타고 세상 꿈이 무너져 내린다할지라도, 우리는 다시 일서설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레미야는 인자와 긍휼의 하나님을 의지함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소망을 가지니, 날마다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다고 고백합니다.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애 3:22-23)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쑥과 담즙같은 세상을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나를 안아주시는 아버지 하나님이 내 삶 속에 함께 하시니 날마다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예레미야는 하나님이 나의 기업이 되시니 절망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바라본다고 합니다. “내 심령에 이르기를 여호와는 나의 기업이시니 그러므로 내가 그를 바라리라 하도다”(애 3:24) 여호와 나의 기업이 된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그것은 하나님이 나의 모든 삶의 근거가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나는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산다는 것입니다. 10년 전에 한국인 어머니를 둔 하인스 워드가 미국 미식축구에서 최우수선수인 MVP로 뽑혀서 큰 화재가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소감을 묻는 기자의 물음에 워드는 “Mom means everything to me.”, “어머니가 나의 모든 것입니다.”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여기서 ‘모든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어머니가 나의 모든 것이라는 것은, 나의 존재는 어머니의 은혜로 말미암았다는 것입니다. 워즈의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그는 한국 여자였습니다. 동두천에서 미군을 만나 결혼하여 워즈를 낳고, 남편을 따라 미국을 건너가서 일년만에 이혼을 당하고 홀로 아들을 키운 어머니였습니다. 언어도 문화도 낮선 땅에서 혼혈아들을 키운 어머니였습니다. 접시닦이, 호텔청소부, 식료품가게점원 등 온갖 궂은일을 감당하면서 아들을 보란 듯이 키운 한국의 어머니였습니다. 워즈는 사춘기 때에 모든 것이 부족한 한국인 어머니를 부끄러워했으나,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을 깨닫고, 내가 부끄러워했던 나의 어머니가 내 인생을 만들었다고, 그래서 어머니는 나의 모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였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나의 모든 것이 될 때 나는 반드시 일어 설 수 있으며, 세상은 두렵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예레미야는 잠잠히 하나님의 구원을 기다리겠다고 하였습니다. "기다리는 자들에게나 구하는 영혼들에게 여호와는 선하시도다 사람이 여호와의 구원을 바라고 잠잠히 기다림이 좋도다”(애 3:25-26) 일반적으로 환란을 당하면 사람들은 당황합니다. 두려워하고 갈 바를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예레미야는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지고 성전의 모든 것이 불에 타는 대 환란을 만났음에도 잠잠히 하나님의 구원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두려워 떨지 말라는 것입니다. 방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하나님의 인자와 자비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모든 것이 되시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쑥과 담즙같이 쓴 고난의 현실을 만난다 할지라도 결코 소망을 버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이 무궁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것이 되시기 때문입니다. 잠잠히 여호와의 구원을 기다리면서 세상의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승리의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