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은 소설 ‘왕자와 거지’에서 16세기 영국의 국왕 헨리 8세의 강압적인 통치를 풍자하였습니다. 왕궁 안에서만 머물고 있던 왕자 에드워드는 바깥세상이 보고 싶어서 거지 톰과 옷을 바꿔 입고 궁 밖으로 나갑니다. 에드워드는 궁 밖의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를 몸소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이 왕이 되면 백성들을 위한 선정을 베풀겠다고 다짐합니다.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왕은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위의 정치를 버리고 가장 낮은 모습으로 백성들의 삶 속으로 내려 와야 한다고 말입니다. 어떻습니까?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고통과 눈물을 알지 못하는 관념으로서의 종교는 아무런 유익이 없습니다. 칼 맑스는 종교를 아편이라고 말하면서 극단적인 비판을 가하였지만, 그것은 경전의 문자와 관념 속에만 머무르고 있으면서 현실의 아픔을 외면하는 무기력한 종교를 비판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종교가 왕궁이라는 쉽고 편한 곳에서만 안주한다면, 아편처럼 근본은 치유하지 못한 채 일시적으로 통증만 무마시키는 도피적인 것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대림절 넷째주일을 보내면서 성탄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성탄절은 하늘 궁정에 계신 성자 예수님께서 인간의 땅으로 내려오신 날입니다. 특별히 매서운 추위 속에서 온기 하나 없는 마구간의 말구유에서 예수님이 태어나셨다는 것은 낮고 천한 삶 가운데로 오셨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삼위일체의 하나님으로 본다면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아들의 이름으로 사람의 육신을 입고 땅으로 내려와 고난 받는 자와 함께 기뻐하시고 눈물 흘리시는 임마누엘의 하나님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예수님의 근본은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하지 아니하시고 종의 모습으로 오셨다고 하신 것입니다.(빌 2:6-8)

그렇다면 하나님과의 동등됨을 버리고 종으로 오신 예수님은 삶은 무엇이었습니까? 그것은 섬김과 희생이었습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로서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러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섬김의 삶의 종착지는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내어 주는 것에 있다고 합니다.

성탄을 기다리는 우리는 예수님의 어떤 삶을 바라보아야 합니까? 먼저 섬김의 삶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예수님은 권세있는 자, 교만한 자, 가진 자를 섬긴 것이 아니라, 비천한 자를 섬겼다는 것입니다. 마리아의 찬가를 봅시다.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는 천사로부터 태중의 아이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을 듣고서 하나님께 찬양으로 영광을 돌립니다.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그의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라 보라 이제 후로는 만세에 나를 복이 있다 일컬으리로다 능하신 이가 큰 일을 내게 행하셨으니 그 이름이 거룩하시며 긍휼하심이 두려워하는 자에게 대대로 이르는도다 그의 팔로 힘을 보이사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고 권세 있는 자를 그 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비천한 자를 높이셨고 주리는 자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으며 부자는 빈 손으로 보내셨도다”(눅 1:47-53) 마리아는 장차 태어날 아기 예수는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어버리고, 권세 있는 자를 위에서 내리 칠 것이고, 부자는 빈손으로 보낼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 권세는 불의한 권세요, 그 부는 탐욕스러운 부입니다. 그러한 권세와 부를 자들에게는 섬김이 아니라 매서운 회초리를 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비천한 자에게는 그를 높이고, 주리는 자에게는 좋은 것으로 배불리 먹이실 것이라고 합니다. 예수님의 섬김은 바로 비천한 자와 주린 자와 소외받은 자들을 향한 섬김이요 낮아짐이었습니다. 참된 섬김은 나보다 약하고 비천한 자를 향할 때에 빛이 나는 것입니다. 대림절을 보내면서 우리는 낮고 비천한 곳으로 오신 아기 예수를 만나야 합니다. 그에게 찬양과 영광을 돌려야 합니다.

이어서 우리는 희생의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들의 대속물로 십자가에 내어 놓으심으로 사망의 그늘에 놓인 생명들을 구하셨습니다. 오늘 강동의 전에서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저와 여러분들은 대속물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로 말미암아 영원한 생명을 얻은 자들입니다. 우리는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의 십자가 보혈로 존재하고, 그 희생의 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주께서 흘리신 희생의 피로 새생명을 얻었기에, 우리는 그의 삶을 따라가야 하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그리스도인이 세상의 빛이 된다는 것, 세상의 소금이 된다는 것, 그것은 결국 자기를 버린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자신을 태워 없앨 때에 빛을 낼 수 있습니다. 자신을 녹여 없앨 때에 짠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자기희생 없이는 어둠을 밝힐 수 없으며, 자기희생 없이는 불의한 세상을 바르게 할 수 없습니다.

성탄절이 가까워 옵니다. 세상은 트리와 장식으로 밤하늘을 밝힙니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하고 밝은 빛으로 성탄 장식을 한다할지라도 아기 예수 오심의 참된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면 그 불빛은 어두운 세상을 밝힐 수 없으며 상업주의에 물든 탐욕의 불덩어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8차에 걸친 촛불이 광화문에서 밝혀졌습니다. 1425년(세종 7년) 집현전 학사들이 명명한 광화문(光化門)은 빛을 발하는 문입니다. 600년이 지난 오늘날 수많은 백성들이 광화문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200만이 넘는 촛불일지라도 그 불빛은 섬김의 불빛이요, 자기희생의 불빛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때에 비로소 촛불은 마음이 교만한 자와, 불의한 권세를 가진 자와, 탐욕의 부를 가진 자를 태워버리는 의의 횃불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섬김과 희생의 마음으로 아기 예수 오심을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낮은 자를 섬김으로 세상의 빛이 되고 자기를 버리는 희생으로 세상의 소금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어둠의 역사를 밝히고 정하게 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