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국민훈장모란장을 수상한 강칼라 수녀는 50년 세월을 한센인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아 왔습니다. 그는 1968년, 25세의 젊은 나이에 조국 이탈리아를 떠나 한센인들이 모여 사는 전북 고창군 호암마을에 정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한 기자가 강 수녀를 찾아가 “외롭고 소외된 곳에서 평생 헌신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강 수녀는 “매일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오지만, 날마다 마주치는 일과 삶과 그리고 만나는 상대방 사람을 나는 늘 새롭게 바라본다”고 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삶은 지루하고 무겁고 지치게 느껴진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니까 강 수녀는 한센인이 거주하는 폐쇄된 마을을 살아오면서,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았다는 것입니다. 오늘 내가 보는 것이 어제 보았던 것이 아니라, 지금 새롭게 보고 만나는 것으로 여기며 살았다는 것입니다. 그 새로움이 그로 하여금 50년 세월을 지치지 않고 기쁨으로 살아오게 했던 것입니다.

오늘은 음력으로 한해가 시작되는 설날입니다. ‘설’은 ‘낮설다’, ‘새롭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한해의 첫날을 새로움을 부여하고 시작했던 것인데, 새해를 여는 붉은 해는 분명 지난해와 동일한 묵은 것임에도 그것을 새로운 것으로 받아 들였기에 새해 첫날을 설날이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우리가 설날을 맞이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합니까?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그리고 그를 보고 생각하는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눈과 마음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것입니까?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을 때에 가능합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5:17) 누구든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 됩니다. 이전 것이 지나가고 새것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 보았던 앉은뱅이를 일으킨 이적사건을 다시한번 생각해 봅시다. 나면서부터 40년이 넘도록 평생 앉은뱅이로 살았던 자가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일어서게 되었습니다. 그가 예수의 이름으로 홀로 일어설 수 없었던 옛 삶은 지나가고 이제 스스로 일어 설 수 있게 되었던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된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설날이라는 새날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거할 때만이 참된 새날이 되는 것입니다. 그저 묵은해가 지나가고 새해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새날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삶을 살겠다는 결단이 있을 때에 새날을 맞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삶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옛것을 버리는 삶을 말합니다. 다시한번 본문 17절을 살펴봅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5:17)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이전 것이 지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 거한 다는 것은 이전 것, 옛것을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옛것을 버리지 않고서는 새것이 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하지 아니하니라”(눅 9:62)고 하셨습니다.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것은 과거의 삶, 옛사람을 버리지 못하고 그에 집착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예수를 그리스도로 영접하고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나서 하나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얻어야할 것인데, 손에 쟁기를 잡고 믿음의 밭을 간다고 하면서도 과거에 집착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하나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소돔성을 탈출하던 롯의 아내가 뒤를 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되어버렸다는 것 역시, 옛사람을 버리지 못함에 영원한 생명을 얻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 사례가 아니겠습니까? 그리스도 안에서 옛사람을 버릴 때에, 옛것이 지나가고 새것이 되는 변화의 역사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올해는 정유년[丁酉年] 닭띠해입니다. 성경에서 닭울음소리는 예수님을 세번부인한 베드로의 허물을 깨우치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새해에는 우리의 옛사람의 허물을 깨우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옛 것을 버리고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