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가 하나님의 명을 받아 애굽에서 인도해낸 이스라엘 백성은 보행하는 장정만 60만명이었습니다.(출 12:37) 여기에 어린이와 여자와 노약자를 합하면 200만명이 넘는 숫자였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 머무르는 동안 다양한 분쟁과 다툼이 일어나게 됩니다. 백성들은 모세를 찾아 문제를 해결받기를 원하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줄지어 모세를 기다리게 되므로 심신이 지치게 됩니다. “이튿날 모세가 백성을 재판하느라고 앉아 있고 백성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세 곁에 서 있는지라”(출 18:13) 이 광경을 지켜보던 모세의 장인인 이드로가 조직의 장을 두어서 백성들의 송사를 맡기라고 합니다. 즉,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그리고 십부장을 세워 백성들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초대교회에서도 발생합니다. 오순절 성령으로 충만한 베드로가 회개를 촉구하는 설교를 하니, 그날에 회심하고 예수를 믿는 자들이 삼천명이 되었습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예루살렘에 초대교회가 세워지게 되는데 열두 사도들은 성도들의 식탁을 준비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뺏기고 맙니다. 그래서 일곱 집사를 세워서 떡과 음식을 나누어주는 일은 그들에게 맡기고 사도들은 기도와 말씀준비에 전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열두 사도가 모든 제자를 불러 이르되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제쳐 놓고 접대를 일삼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하니 형제들아 너희 가운데서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칭찬 받는 사람 일곱을 택하라 우리가 이 일을 그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오로지 기도하는 일과 말씀 사역에 힘쓰리라 하니”(행 6:2-4)

이것이 집사제도의 출발입니다. 앞서 보았던 구약의 시내광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지만, 이제 초대교회 안에서도 여러 가지 일들을 분담하는 집사제도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집사의 호칭인 ‘디이콘 deacon’은 봉사라는 헬라어 “디아코니아Diakonie”에서 유래되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자를 모세를 돕는 협력자로 또는 열두사도를 돕는 집사로 임명했습니까? 출애굽기의 말씀을 중심으로 믿음의 공동체를 섬기는 자의 자격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너는 또 온 백성 가운데서 능력 있는 사람들 곧 ①하나님을 두려워하며 ②진실하며 ③불의한 이익을 미워하는 자를 살펴서 백성 위에 세워 천부장과 백부장과 오십부장과 십부장을 삼아 그들이 때를 따라 백성을 재판하게 하라 큰 일은 모두 네게 가져갈 것이요 작은 일은 모두 그들이 스스로 재판할 것이니 그리하면 그들이 너와 함께 담당할 것인즉 일이 네게 쉬우리라”(출 18:21-22) 모세는 장인 이드로의 권고에 따라 무리 중에서 능력있는 사람을 택하였다고 합니다. 과연 모세가 선택한 능력있는 자는 어떤 자였습니까?

첫째,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자였습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자란 누구입니까? 그는 곧 믿음이 신실한 자입니다. 이것을 신약에서는 믿음의 비밀을 가진 자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집사들도 정중하고 일구이언을 하지 아니하고 술에 인박히지 아니하고 더러운 이를 탐하지 아니하고 깨끗한 양심에 믿음의 비밀을 가진 자라야 할지니”(딤전 3:8-9) 나 혼자만이 가지고 있는 믿음의 비밀, 나의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께 늘 두렵고 떨리는 심정으로 다가 갈 수밖에 없는 그 믿음의 비밀, 그것을 간직한 자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자요, 그가 곧 능력있는 청지기로 택함을 받는 것입니다.

둘째, 진실한 자였습니다. 진실한 자란, 믿음과 언행이 일치하는 삶을 살아가는 자를 말합니다. 나아가 그는 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세상 속에서도 진실되이 믿음을 지키는 자입니다. 그래서 사도바울은 직분자로 택함 받은 자는 세상으로부터도 인정받는 자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외인에게서도 선한 증거를 얻은 자라야 할지니 비방과 마귀의 올무에 빠질까 염려하라”(딤전 3:7) 여기서 외인이란 믿지 않는 세상 사람입니다. 교회의 직분자가 세상으로부터 진실된 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교회까지도 세상의 비방과 시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믿고 따르는 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요 빛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고 하셨습니다. 이는 믿는 자들은 하나님을 비치는 거울이라는 말씀입니다. 다시말해 우리의 행실 하나하나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거나 혹은 하나님을 욕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교회의 직분자는 사회적 책임도 잘 감당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불의한 이익을 미워하는 자를 세웠습니다. 어떤 공동체나 조직이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그 조직의 지체를 맡은 장들이 사욕을 멀리하고 공의로워야 합니다. 아무리 모세가 뛰어난 지도자라 할지라도 그가 세운 수하의 장들이 불의한 이익을 구한다면, 애굽으로부터 탈출한 하나님의 구원의 공동체는 타락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보십시오. 우리나라의 작금의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가 어려운 상황 속에 빠져든 것 역시 천부장, 백부장으로 택함 받은 자들이 불의한 이익을 멀리하지 못하고 그를 가까이 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청지기의 능력은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세상의 스펙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불의를 미워하는 공의로운 정신자세에 있는 것입니다. 불의한 이익을 미워하는 바른 정신이 기초가 되고, 그 위에 다양한 능력과 재주가 활용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의 현실을 돌아봅시다. 우리는 모두가 부족하고 연약합니다. 과연 나는 내게 주어진 청지기의 직분을 맡을 수 있을까 생각할 때, 의심하고 회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내게 능력주시는 자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바울은 말하였습니다.(빌4:13) 인간적인 생각으로 주의 일을 감당하려 한다면 우리는 실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게 능력주시는 자, 곧 하나님을 의지하고 믿을 때에 우리는 모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바라기는 우리 강동의 제직들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자요, 진실한 자요, 불의한 이익을 미워하는 제직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이 땅의 교회를 바르게 세우고, 나아가 누룩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일꾼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