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캐나다에서 영성을 공부한 지 14년, 영성 교육과 워크샵과 리트릿을 6년동안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 영성과 사회적 영성, 이 둘은 두 발을 가진 사람이 걷는 것과 같아서, 한 쪽만 강조하면 결코 정상적인 걸음을 걸을 수가 없습니다. 어느 한 가지만 강조하게 되면, 영혼이 마르거나 사회에 무지하게 되는 고통과 한계에 봉착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성수련을 영어로는 리트릿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육체적으로 쉬고, 자연과 함께 자기를 돌아보고, 강하게 기도하고 소명을 받고 위로를 받는 식으로 기도와 경건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기도는 우리 인간이 하나님과 소통하는 방식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소통은 때로는 1) 청원과 간구, 2) 때론 대화, 3) 때론 하나님의 은혜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이렇게 분류해 보았을 때 한국의 신자들에게 부족한 것은 대화와 하나님의 은혜 안에 머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균형잡힌 대화란 먼저는 자기 말을 하고, 다음은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그 다음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먼저 소리를 내어서 혹은 침묵 가운데 청원의 기도를 하고, 다음은 듣고, 다음은 주님이 내 안에서 들어와 머물게 하시는 것입니다. 한국의 교회는 보다 균형잡힌 기도를 해야 합니다.

이런 균형잡힌 기도를 위한 방법의 하나가 ‘관상기도’입니다. 관상기도란 침묵기도입니다.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바라본다는 의미로서의 기도가 관상기도입니다. 이 관상기도가 드러나는 것은 거룩한 독서라고 불리는 ‘랙시오 디비나’, 즉 거룩한 독서 기도입니다.

관상기도의 성경적 근거는 무엇일까요? 열왕기하 19장 11-12절에서 ‘세미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 이사야 30장 15절에서 ‘잠잠하고 신뢰하라’, 시편 46편 1절의 ‘가만히 있어’, 로마서 8장 26-27절의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친히 간구하시는 성령’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기도의 어떤 단계에서는 내 옆에서 나를 위하여 기도하시는 성령님을 바라보는 것으로 기도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침묵 기도를 드린 후에 그것을 ‘기도 노트’로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고 나와 내 주변의 일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는 것입니다.

침묵과 관상기도의 처음에 온갖 잡생각들이 찌꺼기처럼 흘러 나옵니다. 그 단계가 지나가면 분주했던 마음이 차분해지는 단계가 옵니다. 이것을 영성신학에서는 ‘정화의 단계’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차분한 상태에서 하나님의 뜻이 마음에 자리잡게 되는 단계가 ‘조명의 단계’입니다. 이 조명의 단계에서는 하나님의 뜻에 집중하고 자기에게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내 안으로 빛이 들어와 살피게 되는 단계입니다. 그리하여 소위 영분별이 가능하게 되는 단계입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연합의 단계인데, 이것은 주님과 연합하며 주님이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주님 안에 있어 동거동락하는 기쁨과 확신의 단계를 말합니다.

렉시오 디비나는 주어진 성경말씀을 가지고 깊이 기도하는 것입니다.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고, 청원의 기도를 올려드리고, 관상하는 네 가지의 단계입니다. 이것은 답이 정해져 있는 QT와는 다릅니다. 렉시오 디비나는 답이 안정해져 있으며, 하나님께서 너에게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대답하라는 요청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사랑과 계획을 갖고 계십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이 하나의 소리로 다가오겠습니까? 우리가 주님을 부를 때에 우리의 부름에 응답하시는 주님을 신뢰하십시오. 우리가 주님을 찾을 때에 굽어 살피시는 주님을 바라보십시오. 우리를 위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는 성령님을 신뢰하십시오. 그리고 이것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기도하는 일에 힘을 다 하십시오. 그리하여 여러분 각자가 주님 앞에 두려움 없이 서시고 대면하여 깊은 관계를 갖게 되어 참으로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