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두려워 떠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위로하시며, 성령을 받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 자리에 있지 않던 도마는 자신이 직접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보지 않고서는 믿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여드레가 지나서 다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주님은 도마에게 손가락을 못자국과 창자국에 직접 넣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그제서야 도마는 “나의 주님이시오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라고 하면서, 예수님께 무릎을 꿇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도마에게 예수님은 부활의 증거를 보지 않고 믿는 자가 복되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부활을 믿는 자들로 하여금 미래의 삶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믿음의 선조인 아브라함 역시 약속의 땅을 보지 못하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만 의지하여 믿음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만약 아브라함이 도마처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발로 밟아보지 않고서는 장래에 주어질 땅으로 가지 않겠다고 했다면 그는 젖과 꿀이 흐르는 복된 땅 가나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직 보지 않고도 믿는 믿음, 말씀으로만 주어도 믿는 그 믿음이 있었기에, 아브라함은 믿음의 선조가 되며, 장래에 주어질 축복의 땅을 소유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것만을 믿겠다는 신앙은 한 발자국도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여전히 과거에 누렸던 옛사람의 삶에만 안주하고 말 것입니다. 부활에 대한 믿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의 못자국과 허리의 창자국을 보고 만지는 것으로서, 부활을 믿겠다는 믿음은, 내가 보고 만진 그 이상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지 않고 믿는 자가 복되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부활을 믿는 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과거에 매여 사는 삶이 아니라, 새롭게 거듭난 생명으로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보지 않고 믿는 부활 신앙, 말씀으로 믿는 부활 신앙은 새로운 세상, 미래의 복된 세상을 살게 하는 능력이요 힘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보지 않고 말씀으로 믿는 부활 신앙은 어떻게 소유할 수 있는 것입니까? 그것은 성령을 받을 때에 가능합니다. 예수님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우선 마음에 평강이 있게 하시고 그리고 나서 제자들을 향하여 큰 숨을 내쉬면서 성령을 받으라고 하셨습니다. 왜 예수님은, 성령을 받으라고 하신 것입니까? 그것은 눈에 보지 않고 믿는 복된 믿음을 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대화의 상대자로 등장한 도마는 디두모라 불리는 도마라고 했는데, 디두모는 “쌍둥이” 또는 “두 마음을 가진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도마는 그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두 마음을 가진 자요, 그것은 믿음과 의심이라는 두 가지 생각 가운데서 갈등하고 방황하는 보편적인 인간을 나타내는 이름인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내가 보고 만진 것만을 믿으려고 합니다. 그렇지 않을 때 모두 의심을 합니다. 그래서 보지 않고 믿는 복된 믿음을 소유하기가 어렵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도마를 포함한 열두제자에게 큰 쉼을 내 쉬면서 성령을 받으라고 하신 것은, 바로 도마라는 두 가지 마음으로 갈등하는 그 의심을 벽을 허물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도마에게 보지 않고 믿는 자가 복되다고 하신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의심이 벽을 허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그 의심의 벽을 허무는 것이 바로 성령인 것입니다. 의심을 벽을 허물기 위해서 예수님은 성령을 받으라고 하신 것입니다.

성령을 받을 때 우리는 부활을 확신할 것이며, 그 부활 신앙으로 옛사람을 버리고 새롭게 거듭난 삶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부활 신앙으로 복된 미래를 향해 의심없이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성령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보지 않고도 예수의 부활을 믿는 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이 약속하신 복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