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제목	사유(赦宥)와 인자의 하나님
설교자	한성수 목사
설교일	2019년 7월 28일
본문	시편 130:1-8

저는 지난 두 주간 교회의 배려로 안식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안식년제도는 구약 출애굽기23:10-13에 나오는데, 6년이 지나서 7년이 되는 해에 모든 노동으로부터 쉬게 하는 제도입니다. 우선 사람이 쉬되, 종들도 함께 쉬도록 했습니다. 심지어는 농사를 짓던 가축도 쉬고, 경작하던 땅도 쉬게 했습니다. 그래서 6년이 되는 해에는 안식년에 먹을 것을 미리 비축해 두어서 한해를 온전히 쉬도록 했습니다. 엿세 동안 일하고, 일곱째 날인 안식일에 쉬는 개념을 년으로 환산해서 쉬게 했던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성경의 전통을 이어받아 특히 대학교에서 안식년 제도를 실시하기도 합니다. 대학은 학문을 위한 연구를 하는 곳인데, 연구라는 것이 짧은 기간에 성과를 올릴 수 없으므로, 1년을 쉰다는 안식년 개념을 도입해서, 안식년을 이용해서 평소에 할 수 없었던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을 쉴 수밖에 없는 일반 기업에서는 안식년 제도가 거의 없게 되는 것입니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도 역사적으로는 7년이 되는 해를 안식년으로 지켜서 사람을 비롯하여 종과 가축과 토지를 완전히 쉬게 한 역사적 흔적은 발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다만, 연속적인 노동으로 인하여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에, 재충전을 위해서 쉬어야 한다는 안식년의 정신만큼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꼭 햇수가 6년이 아니더라도, 적절하게 일과 쉼의 조화를 이루어 감으로서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에 다양한 형태로 안식년의 휴식을 가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저 역시, 유럽의 기독교성지를 몇 군데 돌아보고 왔는데, 프랑스의 콜마르에 운터린넨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성화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콜마르는 알자스지방에 있는 시골마을인데, 알자스 지방은 옛날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마지막 수업이라는 단편 소설의 무대로 유명한 지방입니다. 콜마르의 운터린넨 박물관에는 그뤼네발트라는 화가가 그린 유명한 성화가 전시되어 있는데, 그림의 내용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의 온몸에 체찍을 맞은 채찍의 흔적을 너무나 세밀하게 그려서 실제로 내가 채찍에 맞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 왼편에는 도마가 그려져 있는데, 도마는 예수님의 허리를 찌른 창자국을 향해 손가락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나는 주님께서 창에 찔린 허리의 창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지 않고서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하겠다고 했었던 의심 많은 도마의 모습을 동시에 그려놓은 것입니다. 요 20:27-29 “27 도마에게 이르시되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28.도마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29.예수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 기어이 부활하신 예수님의 옆구리에 손을 넣어 보겠다는 도마에게 예수님은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도마는 부활이전에 왜 예수님께서 손에 못자국이 있어야 하며, 허리에 창자국이 있어야 했는지, 인간을 향한 용서와 구원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뤼네발트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도마같이 죄 많은 인간을 대신하여 창에 찔리고 채찍에 맞아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건만, 정작 예수님을 십자가에 달리게 한 인간은 자신의 허물을 모르고 있다라는 안타까운 마음을 화폭에 담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칼 바르트라는 세계적인 신학자가 그뤼네발트의 성화를 보고 믿음에 대한 두 가지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처참한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죄인이었음을 다시한번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죄와 허물로 인하여 죽을 수밖에 없었던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말미암아 다시 살아났으니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합니다. 내가 죄인임을 깨닫는 것, 그것은 믿음의 출발입니다. 그런데 내가 죄인임을 깨닫는 이 출발은 한 개인의 믿음의 전체를 규정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왜 출발이 중요합니까? 저는 이번 휴가에 인천공항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아시아나 OZ541편 비행기를 탔습니다. 만약 다른 비행기를 탔으면, 나는 지구 반대편 어느 곳으로 가고 말았을 것입니다. 이것은 곧 출발이 목적지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믿음의 출발 역시, 내가 죄인임을 깨닫는 것에서 출발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죄인임을 깨닫는 것, 그것은 도덕적, 윤리적 죄를 포함하고 있지만, 도덕적, 윤리적 죄 이전에, 나의 유한한 한계를 깨닫는 것을 말합니다. 나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깨닫는 것을 말합니다. 도덕적 윤리적 죄인으로 접근하면, 나를 인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유한하고 내가 불완전한 존재인 것으로 접근하면 내가 하나님 앞에 얼마나 허물 많고 어리석은 존재인가를 분명히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시편 127편을 읽어보면, 인간의 유한하고 불완전한 한계를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시 127:1-2 “1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 2.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 시인은 하나님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집은 한 개인이 이루고자 하는 꿈과 이상을 말합니다. 내가 꾼 꿈대로 다 이룰 수 있다면 세상에 무슨 근심과 염려가 있겠습니까? 이어서 하나님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성은 이미 이루어 놓은 성과를 말합니다. 그런데 한번 이루어놓은 것이 저절로 영원히 지속된다면 그것만큼 쉬운 경영이 어디 있겠습니까? 인간은 불완전하고 유한하기에 자신의 노력으로만은 집을 완성할 수 없고, 또한 자신이 지은 성을 영원히 지킬 수 없는 것입니다. 이 한계를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하나님 앞에 나는 죄인이라는 고백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의 부족함, 나의 어리석음, 나의 불충함, 이것을 깨닫고 하나님께로 나아가 자신의 허물을 고백하고 하나님께 용서와 도움을 구하는 것, 그것이 믿음의 출발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닌 다른 출발로 시작하는 믿음은 두 주전에 제가 설교하였던 씨뿌리는 자의 비유처럼, 나의 믿음은 옥토에서 자라지 못하고, 길가나, 돌짝 밭이나,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처럼, 새에게 먹잇감으로 빼앗기기도 하고, 해가 뜨면 뜨거운 햇볕 아래 말라 죽기도 하고, 가시의 기운에 막혀 더 이상 자라지 못하는 믿음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오늘 시편 시인은 하나님을 만나는 동기를 자신의 죄와 허물로부터 시작합니다. 시 130:1-4 “1 여호와여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부르짖었나이다 2. 주여 내 소리를 들으시며 나의 부르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소서 3. 여호와여 주께서 죄악을 지켜보실진대 주여 누가 서리이까 4. 그러나 사유하심이 주께 있음은 주를 경외하게 하심이니이다” 시인은 내가 깊은 곳에서 하나님께 부르짖는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깊은 곳은 인생의 시련과 역경과 환란의 때를 말합니다. 시인은 고통의 순간에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내가 여호와 하나님을 떠나, 내 고집대로, 내 교만대로, 내 욕심대로 살다가 깊은 수렁에 빠졌으니, 나를 구해 달라고 말입니다. 하나님 없이 나 혼자서, 내 능력으로만, 집을 지을 수 있고, 성을 지킬 수 있다고 자만했었는데, 결코 세상은 내 혼자의 힘으로 집을 지을 수 없고, 성을 지킬 수 없음을 깨달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떠나고, 하나님을 멀리하였던 이 죄악을 용서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오직 사유하심이 하나님에게 있으니 용서의 하나님께 부르짖는다고 합니다. 여기서 본문 4절에 나오는 사유(赦宥)라는 뜻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왕이, 죄를 용서한다는 문서인 사령을 내려서, 왕의 권한으로 죄인을 용서하는 제도입니다. 오늘날 말하면 대통령의 특사입니다. 삼일절이나 광복절 같은 절기에 대통령의 권한으로 특별사면을 내려서 죄인을 감옥에서 나오게 하는 것을 특사라고 하는데 그것이 곧 사유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유하심이 주께 있사오니”라고 한 것은, 하나님만이 인간의 죄를 용서할 수 있는 특별한 권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인은 하나님의 사유하는 권세를 알고 있었기에, 나는 하나님 기다리기를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리는 것 보다 더한 심정으로 기다린다고 한 것입니다. 시 130:5-6 “5 나 곧 내 영혼은 여호와를 기다리며 나는 주의 말씀을 바라는도다 6.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내 영혼이 주를 더 기다리나니 참으로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더하도다” 홀로 밤을 지새운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린다는 것은 얼마나 간걸한 마음입니까? 날이 밝고 아침이 되어야지 만이, 이 길고 긴 어두움 파수를 마칠 수 있기에, 파수꾼은 간절한 마음으로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사유하시는 하나님을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은 파수꾼의 아침을 기다림 보다 더 하나님을 기다린다고 하였으니, 얼마나 간절한 심정으로 하나님 만나기를 갈망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십시오. 내가 허물 많은 죄인임을 깨닫는 자만이 사유하시는 하나님을 간절한 심정으로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 어떤 것으로도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기다릴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죄인임을 깨닫는 믿음의 출발입니다. 나는 하나님 없이도 완전하고 흠 없고 형통하다고 자만하는 자는 결코 하나님을 간절한 심정으로 만날 수 없습니다. 나는 부족하고 나는 어리석은 자임을 자백하는 자만이, 하나님을 기다리며 하나님 만나기를 갈망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위대한 신학자 칼 바르트는, 그뤼네발트의 성화를 보고 죄인에서 시작하는 믿음의 출발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제 오늘 설교 제목을 다시 한번 보기로 합니다. “사유(赦宥)와 인자의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은 용서의 하나님이시자, 인자의 하나님이라는 말씀입니다. 시 130:7-8 “7 이스라엘아 여호와를 바랄지어다 여호와께서는 인자하심과 풍성한 속량이 있음이라 8.그가 이스라엘을 그의 모든 죄악에서 속량하시리로다” 우리의 죄와 허물을 용서하시는 하나님, 그는 또한 인자하신 하나님이라고 합니다. 인자하신 하나님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하나님께서 조건 없이, 값없이 우리의 허물을 용서하셨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인자하신 하나님이시기에 조건 없이, 값없이 우리의 죄와 허물을 용서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속량은 풍성하다고 하며, 이스라엘을 그의 모든 죄악에서 속량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이 하나님의 인자로부터 오셨음을 알아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과 십자가 죽음은 인자하신 하나님께서 풍성한 속량을 이루기 위해서였습니다. 하나님의 인자로, 값없이 조건이 없이 죄 사함을 이루기 위해서 하나님은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시고 그를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게 하신 것입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 보면서 내가 죄인임을 깨달았다는 것은, 인자하신 하나님께서 베푸신 구속의 은혜를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허물 많은 내가, 하나님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로 믿음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게 되었으니, 나는 이제 소중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저와 여러분의 생명은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핏 값으로 다시 태어난 생명이니, 소중한 생명이요, 그 생명을 소유한 자이니 소중한 존재입니다. 저와 여러분은 더 이상 집을 짓다가 마는 미완성의 삶을 사는 자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니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시고 더하시는 그 능력으로 말미암아 완전한 집을 바라보고 사는 자입니다. 하나님이 친히 파수꾼이 되어 성을 지켜주시니 세상의 시험과 유혹으로부터 우리는 능히 이겨낼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나는 부족한 자이니, 하나님 없이는 집을 지을 수 없으며, 하나님 없이는 성을 지킬 수 없다는 갈급한 심령으로 하나님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그 갈급한 심령이 믿음의 출발점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